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의 정의를 계승해 NNGroup(www.nngroup.com)의 웹 사이트를 보면 진정한 UX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True user experience goes far beyond giving customers what they say they want, or providing checklist features. In order to achieve high-quality user experience in a company's offerings there must be a seamless merging of the services of multiple disciplines, including engineering, marketing, graphical and industrial design, and interface design.
여기서 국내의 현실과 가장 큰 차이점이 이미 발견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에서 UX를 시작하는 프로세스를 보면, 실무자들이 UX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스터디를 하며 UT 등 프로세스의 일부분을 선택적으로 프로젝트에 적용해 그 성과를 의사 결정권자에게 보고하곤 한다. 안타깝게도 방법론적으로 혹은 기술적으로 접근한 이러한 사례들의 결론은 대개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UX 프로세스를 통해 몇 가지 포인트를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문제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는 핵심적이고 창조적인 역할로 발전하지 못한다. 설혹 뛰어난 몇 사람에 의해 최고의 경험이 운 좋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몇몇 개인의 능력에 한정된 프로젝트에 머무르기 쉽고, 인력과 인프라의 한계에 의해 이러한 최고의 경험이 프로세스화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반면 NN Group의 소개처럼 UX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이 무엇일까? UX의 성공을 위해선 의사결정권자의 철학과 실행적 리더십이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통합적이고 창조적인 UX 리더 및 리더십을 갖춘 전문가 그룹과 서포터들이 필요하다.
① UX에 대한 철학과 조직화 능력(채용, 평가)을 갖춘 의사 결정권자
② 통합적이고 창조적인 UX 리더
③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전문가 그룹
④ 업계 기반을 공고히 해주는 기업 외부의 UX 전문가 그룹
UX에 대한 철학과 조직화 능력(채용, 평가)을 갖춘 의사 결정권자
제품과 서비스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늘 고객의 의견과 불만에 귀 기울이는 MS의 빌 게이츠, 사용자 경험의 혁신과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기업 생존의 핵심 전략으로 여기는 스티브 잡스, 모든 사원의 UX 마인드를 중시해 면접 시 이를 항상 체크하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이태리 에스프레소바의 경험을 프렌차이즈화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스타벅스란 커피 경험 디자인을 진두 지휘한 하워드 슐츠, 이들은 모두 UX를 실질적으로 리딩하고 있는 의사 결정권자들이다. 국내 UX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의 이런 리더들만 부러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필자는 국내의 많은 기업가들이 사용자 경험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경우를 많이 봐왔다. 사용자 경험 분야를 깊이 이해하고 구체적인 조직화를 리딩하지 못하더라도 의사 결정시 제대로 된 UX의 결과물을 평가해 주는 리더십만으로도 UX는 숨쉴 틈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숨쉴 틈이라는 게 그리 넓지 않다는 것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리더가 확신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와 채용은 극히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UX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만 한다. UX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제품, 서비스의 주요 경험을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개선 혹은 혁신의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이 성과를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급한 일정과 낮은 예산, 낮은 UX 프로세스 이해도와 UX에 대한 각자의 이해관계충돌, 빈약한 내외부 UX 전문가들과 파트너 네트워크로 인해 UX의 세팅은 초기부터 또한 지속적으로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통합적이고 창조적인 UX 리더
이를 위해 UX를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 UX 솔루션에 대한 내공과 관련 비즈니스의 성공 요인을 간파하는 식견과 경험, UX를 새로 접하는 많은 사람들을 단기간에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리딩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항상 성과가 입증되어야 투자가 되는 신규 분야의 특성상 많은 양의 고민과 일의 부담을 짊어지고 새로운 우수 인력을 적절한 시기에 리크루팅해 키워내며 역할을 확대 재생산해 프로세스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UX 리더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① 창조적인 사용자 경험 산출물(최고의 경험, 방법론, 가이드, 프로세스, 교육 프로그램 포함)을 끊임없이 낼 수 있는 능력과 열정
② 사용자 경험 이슈에 대한 통찰력과 순발력
③ 사용자 경험 전문가들의 네트워킹 능력과 조직화, 프로세스화 능력
④이해 관계자, 조직과의 UX 이슈 조율능력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것은 없다. 더 어려운 건 UX 리더는 새로운 의사 결정권자, 관련 부서장, 신입사원, 프로젝트, 기술과 기업환경의 변화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설득과 커뮤니케이션, 세팅 과정이 필요하며, 장기적인 UX 로드맵과 발전 전략의 틀 아래 늘 이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전문가 그룹
자, 그럼 UX 전문가들과 서포터들은 과연 누구인가?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UX의 틀과 그릇은 실무에 적용하기엔 아직 요리되지 않은 날것의 재료로 비유할 수 있겠다. UX를 잘하는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선 꾸준히 그 분야에 대한 적합한 방법론과 프로세스, 통찰력을 키우는 자기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UX 전문가 중 UX 비전공자가 50%를 넘는다는 통계는 그 만큼 UX를 잘하는 사람은 종종 키워지기도 하지만 통찰력을 포함한 기초 자질과 부단한 자기 개발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쓸만한 UX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는 업계 관계자의 푸념은 그 만큼 이와 같은 자기 수련 과정을 지속하는 전문가 그룹의 부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UX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다음 사항들을 스스로 자문해보자.
① 과연 내가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에 대한 센스와 판단력을 소유하고 있는가?
② UX 이슈를 얘기할 때 개인의 경험의 틀과 주관에 치우치지 않고 늘 사용자의 시각에서 얘기하고 있는가?
③ 끊임없이 자기 제품, 서비스에 적합한 UX 방법론과 지식을 만들어 낼 만큼의 자기 성찰과 연구를 지속하며 UX 커뮤니티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가?
④ 어떤 조직과 프로젝트에서든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고 있는가?
UX 전문가는 비단 UX 팀과 같은 전문 조직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론 부사장급, 이사급의 참모, 기획팀장, 개발팀장들과 같은 부서장, 기획/디자인/개발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시니어들에게도 UX 전문가적인 소양은 필수적이다. 이들이 때론 UX의 리더가 되고 때론 서포터가 되어 기업 내에서 UX의 진정한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기반을 공고히 해주는 기업 외부의 UX 전문가 그룹
마지막으로 기업 외부의 UX 대가, 컨설턴트, 서포터 집단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깊은 식견과 통찰력을 끊임없이 공급해주고 최고의 경험을 만들어 내고 전파해주는 전문적인 파트너들은 UX 업계의 성공에 든든한 버팀목들이다. 의사 결정권자를 위한 철학 및 프로세스 교육, 사회적인 이슈화와 관심 유도, 지속적인 전문가 양성 교육 등까지 기업 외부에 존재하는 전문가 그룹의 존재는 UX 조직 성공의 선결 조건이다.
이렇게 보면 UX란 현재 실현 가능한 꿈인가라는 의문부호가 생긴다. 하지만 필자가 지난 10년간을 돌이켜볼 때 분명 이 땅에 UX 분야의 발전은 지속되어왔고 비즈니스의 본질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UX 조직, 전문가, 서포터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호전된 상황을 좀 더 체계화하고 공유, 발전시킬 수 있는 노력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어쩌다 좋은 UX 리더와 UX 조직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전파되고 지속 가능한 상황이 연출되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으로 보여진다. 이제 우리에게는 장기적인 안목과 호흡으로 UX 업계를 바라보며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리더와 전문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장기적인 안목은 다음 세대까지 내다 볼 수 있는 장기적 호흡이다.
꿈은 오랜 기간 세찬 비바람을 견디며 단련과 수행을 계속한 뒤에야 비로소 결실을 맺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미래까지 견디고 감내할 호흡을 갖추도록 노력하자. 그 길을 가는 것이 때론 고민스럽고 길이 아득해 보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밀어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 이러한 행동들이 하루하루 쌓인 후 아련하게 그 노력들을 되돌아보는 시점이 되어서야 우리가 비로소 얻고자 하는 진정한 UX 분야의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007년의 가을이 깊어 가는 10월, 이땅에서 UX가 꽃피는 그 날을 꿈꿔 본다.
글. 이지현 NHN UX Lab 랩장